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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른 딸기

kbvaㅈ 2023. 11. 7. 11:54

“딸기가 어떻게 예의 발라요?”아이가 묻는다.나도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다.예의 바른 딸기를 본 적이 없는 듯하기 때문이다.더 정확히는 딸기와 예의가 줄긋기가 도무지 안 된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이 동시집의 첫인상이 너무 길었나.그 만큼 ‘제목 한번 기가 막히게 뽑았네’ 그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이다.시집을 열어 보았더니 독자의 궁금증에 부응을 하듯 첫 시가 [예의 바른 딸기]다.   『예의 바른 딸기』 -먹다 1   접시에가지런히줄을 선 딸기들   입속 동굴로들어올 때는접시에다 사뿐히초록 모자를 벗어 두지요   뭔 동시가 이리 귀엽냐.아휴, 그 초록 모자를 내가 얼마나 많이 만들었던가.딸기잼 때문에 모자를 엄청나게 만들었지.모르긴 해도 이 동시를 지은 김미희 시인보다 내가 더 모자를 많이 벗겼을 텐데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그래 먹는데 너무 집중했던 게야.우리 아이들도 말이야.이런 동시를 읽으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창의력을 높여야 해 하며 반성한다.   동시집에는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낱말이 간질간질2부는 상상력이 무럭무럭3부는 동심이 꿈틀꿈틀1부는 낱말을 가지고 재미난 동시를 썼다.이를테면 ‘먹다’라는 동사의 다양한 쓰임새를 여러 동시로 풀었다.이렇게 ‘먹다’가 다르게 쓰이는 줄 몰랐다.아이들이랑 다 읽고 퀴즈를 풀어도 재미나겠다.“먹다- 무슨 동시들이 있었지?”“딸기를 먹는다고 했어요, 시간을 먹는다고 했어요, 이를 먹는다고 했어요, 구름을 먹는다고 했어요, 모자를 먹는 사람도 있어요.”생각만 해도 신나는 시간이 되겠다.애들이랑 꼭 해봐야지.이러다보면 자연히 동시가 좋아지겠지.   2부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동시들이 있다.   『나뭇잎』   애벌레는꼼틀꼼틀   초록 색종이를접어 보고 싶지만   돕돕돕오리기밖에 되지 않아   상상력을 키우기에 참으로 적당한 동시다.나는 ‘꿈틀’된다는 표현밖에 모르는데 ‘꼼틀’이란 앙증맞은 말을 찾아낸 시인의 눈이 존경스러웠다.‘돕돕돕’ 이 흉내 내는 말은 더 말해 뭐 하겠나.   내친김에 내 눈에 들어온 시를 한 편을 더 올린다.   『콩나물』   시루 안에서고물고물검은 껍질을 벗은노랑 올챙이들이위로위로꼿꼿이 서서 헤엄치네요   물을 뒤집어쓰면깔깔깔더 신나서머리를 밀어 올리지요   귀엽다고쓰다듬지는 마세요올챙이도 만지면끔틀거리거든요   3부는 ‘동심이 간질간질’ 이라는 파트이다.동시는 동심과 떨어질 수 없다. 동심으로 동시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의 마음으로 동시를 쓰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다.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고 잊음이 잦은 어른들은 아이였던 자신의 과거가 없는 것처럼 지금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스꽝스런 동시를 지어서 아이들한테 들이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도 그런 동시를 많이 봐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동시를 잘 읽지 않는다. 이건 죄다 어른 책임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인체 하지만 그 동시 속에는 자신이 어릴 때 동네가 나오고 뒷동산이 나오고 지금 아이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재미없는 글의 조합이 펼쳐진다. 심지어 어른인 내가 읽어도 재미가 없다.   말이 길어졌긴 했지만 내가 이 동시집을 읽으면서 여러 번 느낀 감정은 재미와 유쾌함이다. 그리고 현대의 아이들이 보인다.   『아기 캥거루는 삐칠 수도 없어』   아기 캥거루는아무리 화가 나도자기 방을 ‘쾅’ 닫을 수 없어   방에 들어가 봐야엄마 품인걸문을 잠글 수도 없어   아기 캥거루가 바라는 건자기 방을 갖는 것쾅! 자기 방 문을 닫아 보는 것   또 한 편 소개한다.이건 정말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시임에 틀림없다.   『시험 치는 시간』   시험지,너른 들판을 달려   내 심장을 향해쳐들어오는 소리   사각사각 사각사각연필을 타고 달려오는천만 대군 말발굽 소리   [예의 바른 딸기] 동시집은 제목처럼 정말 예의가 바른 동시집이다.왜냐하면 돈 주고 산 독자들에게 예의 바르게 읽을 만한 동시들을 공급하기 때문이다.나는 책읽기 패턴이 읽고 재미나면 연이어 그 작가 책을 찾아 읽는 편이다.작가 소개를 보니 여러 동시집과 동화도 여러 권이 있다. 당분간 김미희 작가를 주목해서 보아야겠다. 내가 투자한 비용과 금쪽같은 시간을 좀 먹지 않을 작가 같아서다.  

꿈틀꿈틀 무럭무럭 말과 글이 자라는 똑똑한 시 읽기! 예의 바른 딸기 는 우리말의 다양한 쓰임과 낱말의 의미, 아이들의 일상을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발랄한 언어로 풀어낸 동시집입니다. 아이들이 시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말과 글의 쓰임을 알며, 시가 전하는 뭉클한 감동과 재미를 오롯이 느끼는 속에서 상상력과 우리말 힘을 키워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동시와 동화를 통해 아이들 마음에 꿈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김미희 작가는 예의 바른 딸기 에서 아이들 동심에 눈높이를 맞추고, 그 자신이 어린이가 되어 유쾌하게 시의 행 사이사이를 오갑니다. 주변을 세심히 관찰하고 다독이는 작가의 따뜻한 심성이 고스란히 담긴 시들은 즐겁고 생기발랄하며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재밌고 즐겁고 따뜻해지는 느낌으로 와 닿아 또 읽고 싶고, 저절로 입가에 머물러 노래처럼 자꾸 읊어 보고 싶어집니다. 예의 바른 딸기 는 친근하고 평범한 일상과 사물을 힘주어 무겁게 말하지 않고, 쉽고 재치 있는 말로 풀어내 시어와 운율이 살아 움직입니다. 따뜻하고 유쾌 발랄한 동시들을 읽다 보면 ‘아하, 정말 그러네.’ ‘맞아 맞아.’ 하면서 맞장구를 칠 만큼 마음에 와 닿고, 읽고 나면 어느새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작가의 말 - 시를 만나는 날

1부 낱말이 꿈틀꿈틀

예의 바른 딸기 -먹다1 / 생선 양말 -먹다2 / 이를 먹는 치과 의사 -먹다3 / 구름을 먹어야겠어 -먹다4 / 김을 먹는 염소 -먹다5 / 비눗방울 -먹다6 / 지렁이 -먹다7 / 모자를 먹는 사람 -먹다8 / 마지막 여행 -가다1 / 이런 도둑 환영합니다 -가다2 / 감자의 날 -감다1 / 톱질 -감다2 / 구멍난 양말 -숨다1 빗방울 -숨다2 / 고자질 -숨다3 / 끊어진 그네 -숨다4 / 솔잎 -팔다1 / 장사꾼 생쥐 -팔다2 / 이끼 -팔다3 / 엄마가 팔고 싶은 것 -팔다4

2부 상상력이 무럭무럭

눈 / 파도 / 모자 / 기차 / 날씨 : 눈 그리고 비 / 불꽃놀이 / 기차역 / 가방 / 고치 / 사다리 / 운동화 끈 / 나뭇잎 / 병 / 애벌레 / 해 / 콩나물 / 자갈 / 선물

3부 동심이 간질간질

네 죄는 무엇이니? / 상자 뚜껑이 하는 일 / 다들 밥값 하느라 / 의자의 발 냄새 / 고객 감사 파티 / 이별 인사 / 겨울이 준 선물 / 날고 싶니? / 아기 캥거루는 삐칠 수도 없어 / 어디 보자 / 사람을 찾습니다 / 붕어빵 사 먹었나요? / 달이 슬퍼할 땐 / 시험 치는 시간 / 웃음 담긴 항아리 / 어쩌다 꿀꺽! /오늘은 쉽니다 / 엘리베이터야, 응답해 / 풍경 낚시 / 콧구멍은 꼭 필요해 / 베란다에 빨래 심기 / 미래 자동차 / 할머니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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