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추

요즘 김장철이라 김장,김치,배추절임, 나아가서는 삼투압 원리까지~그야말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모든 교육의 마지막은 책 오늘은 배추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책 한 권 소개할께요~<작은 배추> 연둣빛 떡잎이 밭이랑을 따라 나란히 돋아난 평화로운 밭.그 옆을 지키고 있는 오래된 감나무.어느 날, 감나무 밑에서 누군가 말했습니다."나는 누구일까?"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배추.배추는 감나무에게 이것저것 배우면서 조금씩 자랐습니다.*일본 작가 구도 나오코의 책입니다.저는 처음 접해 본 작가인데, 일본에서는 문학상도 받으신 작가님이시네요.책은 일본 작가 특유의, 한 문장으로 많은 이야기를 남기는 느낌입니다."나는 누구일까?"만 보더라도 느낌이 오지요.배추는 점점 자랍니다.그래도 작은 배추였어요.다른 배추들이 채소 가게로 떠났지만 작은 배추는 작다는 이유로 여전히 밭에 남았네요.채소 가게로 떠나고 싶은 작은 배추.머리에 띠를 하고, 서리를 맞고, 감나무 밑에서 꾸벅꾸벅 졸며 겨울을 맞이합니다.*<작은 배추>는 배추의 성장을 이야기하면서작은 배추가 성장하기까지의 긴 기다림도 이야기합니다.그리고, 따스한 햇살에 배추 떡잎이 나오면서부터 겨울을 맞기까지의 계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구요.*아이는 조잘조잘 "배추 만져봤는데~ 김치 만들땐 설탕은 안넣어~" 배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엄마는 생각이 깊어지는 책입니다."나는 누구일까?" 하던 작은 배추,큰 배추들 따라 채소 가게에 가고싶은 작은 배추,넓디 넓은 언덕 밭에 홀로 남아 울먹이는 작은 배추.작은 배추가 꼭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같아 가슴 한 켠이 짠합니다.서리를 맞으면서, 꾸벅꾸벅 졸면서 봄을 기다리는 작은 배추,작은 배추는 우리 아이들의 꿈이 아닐까요?드디어 봄!작은 배추는 더이상 작은 배추가 아닙니다.꽃을 피우는 배추가 되었습니다.김장철 아이와 배추를 보며, 만지며, 먹으며 꿈 을 이야기 해 보는건 어떨까요?우리 아이들의 꿈이 꽃을 피운 것 마냥 흐뭇해지는<작은 배추> 

이 책은 그림만 놓고 보면 묵직한 회화 작품집 같지만 글과 그림을 함께 읽으면 신기하게도 이야기가 아기자기해지고 인물에서 활달함과 생기가 전해집니다. 눈코입도 없고, 손발도 없이 배추 한 포기만 등장하는 그림이 작은 배추가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들었습니다. 라는 글과 만나니 전혀 다르게 보이지요. 정말로 배추가 한껏 입을 벌려 소리치는 것 같고, 까치발을 하고 손을 쭉 뻗어 마구 손짓하는 것 같아요. 작은 배추가 씩씩하게 체조하며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감나무에 달린 홍시감과 이파리가 음표 모양을 그리며 작은 배추의 흥겨운 마음을 대신 표현해 주어요. 우뚝 선 감나무와 땅에 붙은 작은 배추 그림 사이에 글을 꼭 알맞게 담은 덕분에 둘이서 이야기 나누는 대목들이 생생하고 정겹게 다가옵니다.